이촌 한강지구는 모래 위에 지은 터이다.
한강은 예로부터 매우 치수하기 힘든 강 중에 하나였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때는 용산일대가 다 잠기고 남대문 앞까지 물이 찼다고 한다. 한강 주변땅은 갈수기에 채소나 겨우 가꿀수 있는 땅이었다. 특히 이촌 한강변은 드넓은 백사장이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촌의 백사장은 시민들의 휴양 장소이기도 했으며 1956년 이촌 백사장에서 선거유세를 듣기위해 30만명이 운집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손정목, 2003)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전반기까지 한강의 제방도로가 축조되면서 비로소 지금의 한강경관이 완성되었다. 일년 내내 일정한 유량과 수위로 치수하기 위해서 제방공사와 더불어 한 가지 전제 조건이 더 필요했다. 바로 한강 상류에 수위를 조절할수 있는 다목적 댐의 건설이다. 바로 북한강 상류의 소양강댐 이다. 그런의미에서 강변연안도로 착공 시기와(1967) 소양강댐 착공 시기(1967)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였다. 그런데 당시 당국은 강변도로 제방을 쌓는 과정에서 생각치 못한 기회들을 발견하게 된다. 1967년 기공식을 시작한 강변 연안도로와 기존의 철도 제방 사이에 상당한 넓이의 택지가 조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강에 축대를 쌓아 홍수에 대비하고 그 위에 고속화 도로를 만들고 그 사에 버려진 공유수면 부지들을 매립하여 토지를 개발하여 그 이익으로 그 다음 사업을 이어가는 한강종합계발계획이 "민족의 예술"이라는 시정 구호로 실행되었다.
이렇게 수자원 공사에 의해서 조성된 동부이촌동의 공유수면 매립지에는 1968-69년 사이에 공무원아파트 단지, 1970년에 한강맨션아파트단지, 외인아파트단지가 들어섰고 그 후 중소 건설업체들이 차례로 남은 부지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손정목, 2003)
소양강댐
소양강댐은 1967년 착공하여 1973년 준공되었다. 댐의 넓이는 70km2에 달하고 물높이는 193.5m 총 저수량은 29억톤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전체가 1년 내내 쓰고도 남을 만한 양의 물을 담을 수 있다.
댐건설로 인해 물속에 잠긴 수몰지는 1519만평, 춘성군(춘천시), 양구군, 인제군 3개 시군, 6개면, 38개 리, 3153가구 18546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고향을 상실한 3153가구와 이촌한강지구에 들어선 5천여 가구의 삶 사이에 어느 삶이 더 가볍고 어느 삶이 더 무겁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시 주민들은 이향위로금으로 1만원대의 금액을 받았는데 이는 오늘날 물가로 환산해도 몇 십만원 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다. 당시 용지 매수 보상자료를 보면 보상액 대비 전체 공사비 비율은 24%로 다른 댐공사에 비해 매우 적은 비율로 보상이 이루어 졌다. (강원도민일보,2013.9.12)
지난 2015년 소양강댐은 사상 최저의 저수율을 갱신하였고 거의 매 해 장마철 전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73년도에 수몰된 이래 계속해서 마을을 지키고 있던 성황당 나무와 마을 흔적들이 드러나고 있다. (기사 “극심한 가뭄…38년 만에 모습 드러낸 소양강 성황나무”, JTBC, 2015.6.16)
이촌지구의 아파트들과 한강 고수부지의 여유로운 주말오후의 휴식은 진흙과 모래와 함께 매립된 누군가의 삶의 터전과 연결이 되어있다. 44년동안 소양강 댐 아래서 마을을 지키고 있었던 고목들이 현재의 터전 위에 중첩 되어 보였다. 소양강댐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환경 학계에서 그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요즘들어 자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 고목들은 우리의 '근대사'를 있는 그대로 몸으로 겪고 기억하고 있다. 그 고목들을 모래 위에 지은 윤택한 택지인 이촌지구 한강 공원지구에 옮겨 놓고자 한다. 그리고 그 위에 퍼블릭 퍼니처로 '해먹'을 설치할 계획이다. 서로 상충되는 장소의 사물들을 병치하고 충돌시킴으로써 의미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물론 서울 시민들은 역사의 기억을 인식할 수 도 혹은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단지 한강공원의 공공조형가구 위에서 휴식을 누릴 권리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44년간 수몰된 땅에서 실향민들의 마을을 묵묵히 지키고 있었던 그 나무의 기억이 서울 시민의 평안을 지탱하고 있었음을, 풍경 그 자체로 대변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2017 최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