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Bongfeel Project
봉필 프로젝트
참여작가 : 김현승, 너구리JP, 박은아, 이말콤씨와 릴, 이청초, 조성배, 천현욱, 최형욱
전시기간 : 2011. 1219 ~2011. 1231
전시기획 : 최형욱
전시장소 :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394-18
전시장소 :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394-18
후원 : 봉화상설시장 상인회
주관 : 봉화시장문화단
디자인 : 송승재
이번 프로젝트는 제한된 기간 동안 봉화시장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재래시장 활성화 시범사업)프로젝트의 입주 예술가들과 외부
예술가들이 모여 봉화지역의 지역성을 토대로 소통과 개입을 시도하는 과정을 보고하는 전시회이다. 각 예술가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시각과 방법으로 봉화 지역에 문화적 가치가 있는 시각자료를 모으거나, 지역주민들과
접촉하며 또는 봉화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른 해석이 담긴 자연풍경 및 시각현상을 작품으로 제작하였다. 이와
같은 모든 시도들을 통해 우리 삶 주변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문화적 가치들을 발견하고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 자체가 예술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시장상인 분들 및 지역주민들과 공유하고자 하였다.
전시가 진행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예술가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봉화라는 지역과 소통해야 한다는 장소적 제약과 시간의 제약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먼저 지역성과 현대미술이 결합될 수 있는 지점들을 스터디하고 토론하며
각 예술가들이 어떻게 봉화라는 지역에 개입하고 소통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 회의를 하였다. 토론한
결과를 가지고 작가들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다시 회의와 토론을 거쳐
전시완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 등을 논의하였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밤샘작업을 하며 각자가 구상한
방법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시장 내 작가 작업실로 사용하던 상가건물을 현대미술전시관으로 개조하였다. 그리고
오프닝날 지역상인 주민 분들 초대하여 그 분들의 개입으로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퍼포먼스나 해프닝을 수행하였다.
우리가 이번 전시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염두에 두었던 지점은 “예술”이라는
명칭 자체에 덧 씌워진 무거운 허물을 벗기는 것 이였다. 아무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탄하는 아름다운
그림이라도 일단 문화공간이라는 무거운 공간으로 입성하고 나면 특히나 재래시장과 같이 하루일과 중 단 10분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부부가 교대로 밥을 먹고 내려와야 하는 생활영역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실례로
봉화의 생활공간과 문화공간의 물리적 거리는 몇 십 미터 혹은 1-2km밖에 안되지만 정서적 거리감은
측청하기 어려울 정도로 멀다. 그래서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가장 훌륭한 장점 중 하나인 ‘재래시장 속‘이라는
장소성을 선택하였다. 그리하여 생활영역과 특별한영역의 경계를 충돌시키고자 하였다.
그리고 예술작품이 세상의 여타 물건들 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예술의 오브제성에서
탈피하고자 하였다. 이는 1주일이라는 제한된 프로젝트 수행기간의
성격에 적합한 것이었다. 물론 이번 전시에 시각화된 물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역과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이거나 탈 물질화된 작품들 이었다. 예를 들면 대부분 작업들이 봉화의
시각현상과 소통과정을 기록한 디지털 사진 및 영상이거나 주민 학생들로부터 받은 메모지 혹은 상인 분들에게 나눠드리고 순환시키기 위한 선물 등 독립되거나
고정된 물건들은 아니다. 결국 미국의 미술가 앨런 캐프로의 말처럼 예술가는 미술작업의 최종을 책임지는
최우선 행위자가 아니며 여타의 다른 집단들과 함께 일하며 의미를 완성해 갈 때, 미술작업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생산하는 “상호작용의 과정”이 된다.
예술가들이 봉화재래시장과 주변을 토대로 개입하면서 몇몇 작가들이 공통으로
동의하는 바가 있었다. 이곳의 재래시장은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이 분리된 도시의 공간과 달리 사적공간위에
공적인공간이 살짝 얹혀 있다는 것이다. 도시공간에서 공적인 공간은 업무의 공간이자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의 상업공간은 삶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생활의 공간이다. 예를 들면 이곳 상인 분들은 몸이 아프면 가게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가게 문을 열고 가게에 누워계신다. 손자와 아들들을 가게에서 맞이하고 밥을 먹인다. 그곳에 이웃들이
손님인 동시에 친구로서 방문한다. 손님이자 친구인 인근주민이 가게에 와서 돈과 물건을 교환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다소 부수적으로 보인다. 도리어 이를 빌미로 가게 마루에 걸터앉아 근황과 주변일 들에 대해 담소를
나누기 시작하신다. 도시의 흐름에 익숙했던 도시예술가들은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점점 이곳의 흐름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이곳의 논리에서는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영업과 삶이 공존하는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규 짐멜에 의하면 사회가 고도화 되고 복잡해지면서
교환에 객관성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발생한 것이 돈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돈이라는 객관성을 추구하면서
점점 돈은 사람의 손을 떠나 독립된 힘을 갖게 되었고 그 독립된 힘은 그것의 창조주인 사람을 잡아 흔들고 심지어 생명을 앗아가는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뚜렷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쩌면 이곳 재래시장에 그 무서운 권력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가 숨어있지 않을까? 이곳 봉화의 재래시장은 단순히 물신화된 물건과 권력이 되어버린 돈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이면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교환한다. 예술비평가인 존 러스킨은 사회비평에 대한 글도 썼는데 경제학자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우발적이고 교란적인 요소에 경제학의 희망이 있다고 보았다. 이곳 재래시장에는 다행이도 자본주의의
원리 이외의 인간적이고 정서적이며 우발적인 변수들이 아직도 작용하며 거리를 역동적으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