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A little Trashy Study, 1st Solo Exhibition
조금 쓰잘데기 없는 연구
최형욱 개인전
최형욱 개인전
Ujung Art Center Cafe de Ujung
20120501-20120531
스킨쉽이 부족한 중년부부를 위한 러브침 A Love bed for middle aged couple who lacked physical contact, Wood, 80x120x83cm, 2011 |
일상의 풍경을 응시하다보면 이따금씩 우리 시대 어디에나 있지만 주변인으로서 무심히 스치거나 의도적인 혹은 자연적인 소외를 겪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다. 버스정류장에서 추위를 견디며 차를 기다리는 학생, 스쿠터를 타고 가는 중년여성, 캐리어에 짐을 가득 싣고 광화문 횡단보도를 건너는 배달부, 관광지에서 필름사진을 찍어주는 노년의 사진사, 보따리를 움켜쥐고 망연히 길을 걷는 노숙자 등 최형욱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그렇게 소시민적인 삶의 한 켠에 선 사람들이다. 만약 이들이 드라마를 통해 그려졌다면 비록 곤궁하고 부박할지언정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미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삶은 대개 일상의 보편성이 진부함으로 점철되는가 하면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들로 행복과 즐거움 보다는 슬픔과 좌절이 만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드라마는 현실보다도 더 구체적이고 적나라한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애초부터 대상화된 현실과 체감적인 현실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괴리감이 예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우리는 종종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자기합리화라는 방어기제를 동원하여 해결하기도 하는데, 저마다 삶에 대한 관점이 다르고 그에 따라 느끼는 속도와 무게감이 차이가 있는 만큼 추상적인 인식과 직관적인 인식은 접점을 이루기보다 하나의 경향으로 기울거나 다양한 양상으로 왜곡되게 된다. 이렇듯 모든 판단이 주관성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과 가장 가까운 현실의 모습을 분별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남자의 내연녀를 우아하게 물리치는 테이블 To my guy's Lover.. A spray aimed at you through a table designed for two, Wood, Spring. 75x60x60cm, 2012 |
최형욱은 동시대의 리얼리티(Reality)를 표현함에 있어 이러한 인식의 한계를 사회적 그물망(Social net)안에서 대립하는 가치 쌍과 그 사이의 간극을 탐구함으로서 극복하고자 한다. 작가는 특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구속력을 갖는 사회적 규범 속에서 은폐되었거나 혹은 은밀히 존재하는 삶의 타자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사회생활을 위한 기념비(2010)’, ‘스킨쉽이 부족한 40대 중년부부를 위한 러브침대(2011)’, ‘달리는 잠자는 침대(2012)’, ‘내 남자의 내연녀를 우아하게 물리치는 테이블(2012)’ 등의 작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품들은 내용 상 사회의 질서와 관습, 도덕, 진지함, 상식과 같이 이른바 상위 가치로서 간주되는 개념들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현실에서 배제되어온 무질서, 경박함, 부도덕함, 비상식 등을 관통하고 있다. 이들은 웃음의 개념사적인 관점으로 볼 때, 우스꽝스러움, 가벼움, 찰나, 사소함, 쓸모없음과 같은 희극적인 요소와도 맥을 같이 한다. 작품에 도입된 희극성은 대상을 조롱하거나, 사회적 판단이나 도덕적 입장으로 인해 거리를 둔 채 유희의 대상으로 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플레스너(Helmuth Plessner)의 경우처럼 위트, 유머, 아이러니, 풍자, 그로테스크 등의 웃음의 형식을 통해 인간 존재를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한 인류학적 접근에 더 가깝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러한 희극성은 현실에서 오랫동안 권위를 누려왔던 가치체계가 삶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삶은 결국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된다. 또한 칸트(Immanuel Kant)가 정의한 바와 같이 실재와 개념 그리고 기대한 것과 실제 일어난 것 사이의 불일치 속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유도하는 요인이 된다. 이 때 작품에 부과된 작가적 상상력은 이러한 희극성과 함께 작품이 갖는 의미를 한층 강화시킨다.
대화가 통하지않을때 뚫어주는 대인용 솔 드로잉 An anti personnel brush Unblock your conversation today, Korean ink on paper, 29.7x49cm, 2012 |
한편, 최형욱이 이러한 주제와 표현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은 예술과 삶의 통합을 목적함에 있어 예술의 권위주의적 태도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최형욱이 우리 사회에서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비유하자면 제도권 내에서 예술이 추구하는 인정과 권위로부터의 진지함, 무거움, 영속, 기념비적인 것과는 대조되거나 혹은 그 경계에 위치하는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작가는 회화, 조각 같은 전통적인 매체에 세속적인 주제와 아마추어적인 제스처 그리고 실천적인 형태의 예술을 혼합함으로서 예술의 유일무이한 현존성과 아우라(Aura)를 와해시킨다. 그럼으로써 예술가로서의 스스로의 포지션에 있어서도 장인(匠人)에서 관찰자이자 감독 혹은 연출자로 자유로운 전환과 병행이 이루어진다. 결국 작품에는 내‧외적으로 익숙한 요소와 그렇지 않은 요소들이 한데 섞이며 현존하는 삶의 일반을 자연스럽게 담기게 된다.
객관식 문제 1번 Objective questions #1, Pencil on wood, 30x30cm (4pcs), 2011 |
어떤 면으로 최형욱의 작품은 장소특정적인 이벤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간에 놓임으로서 일상의 공간에 색다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작품 그 자체로서 완결성을 갖기보다 환경적 맥락에서 해석되며 인터렉티브(Interactive)를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그것은 일회적인 사건이라기보다 동일한 단서와 논리 구조 속에서 회를 달리하며 다른 버전의 신(Scene)을 출현시키는 연속적인 옴니버스(Omnibus)와 같다.
깨값고지 The Annunciation of the sesame price, Oil on canvas, 53x45.5cm, 2012 |
관람객들은 미적 자율성에 입각한 체험의 일부로서 작품에 참여하며 내재되어있던 관습적 사고와 일상의 습관적인 태도로부터의 탈피를 경험한다. 그리고 작품이 동인하는 웃음, 그로부터의 오락과 위안으로 경직된 일상의 삶을 새롭고 창의적이며 활력적으로 바라보고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강안나 큐레이터
심기가 불편한 견공 An evil tempered dog, Oil on canvas, 53x45.5cm, 2012 |
용변 연대기 The Chronicles of feces, Oil on paper, 36.5x52.3cm (x9 pcs), 2011 |
사륜바이크 Quad bike, Pencil on wood, 30x30cm, 2011 |
의도하지 않은 죽음 Unintended dead, Pencil on wood, 30x30cm, 2011, 1/2 |
견자 The son of dog, Pencil on wood, 30x30cm, 2012 |
낯선 거류민 I A strange resident I, Pencil on paper, 54.7x39cm, 2011 |
낯선 거류민 II A strange resident II, Pencil on paper, 54.7x39cm, 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