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Chang Dong Yeo Ji Do Project, National Studio Chang dong, Seoul
2013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창작스튜디오 지역연계 프로젝트
창동여지도 倉洞與地圖
기획 인사이트씨잉 (나광호, 이정훈, 조성배, 최형욱)
장소 창동창작스튜디오
전시관
사진 인사이트씨잉
디자인 송승재
전시기간 2013.5.9- 5.29
전시기간 2013.5.9- 5.29
참여주민 김기철, 우종석, 조성진, 김재숙, 한영우, 김용관, 곽종원, 정인철, 김수련, 이정숙, 김관영, 한금숙, 이선이, 송영성, 양광석, 심정자, 황금순, 류청자, 오중열, 임종빈, 박명원, 장명온, 김계자, 전형준, 황윤택, 이인열, 외 익명 다수
신지도유설 新地圖類說
지도유설은 김정호가 중국의 지리 관련 문구를 인용하며 서술한 대동여지도의 서문에 해당하는 글이다. 그는 손자(孙子)의 글을 인용하며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국방상의 요충지를 잘 알아야 하고 재무와 세금이 나오는 곳과 군사를 모을 수 있는 원천을 잘 알아야 하고 여행과 왕래를 위해 지리를 잘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본래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중요한 도구인 지도는 국가의 핵심 중대 사업 중 하나였다. 점차 정보가 개방되고 쌍방향 소통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더욱 우리 생활에 없어서 안 되는 중요한 정보도구가 되었다. 당연하게 지도에게 신뢰를 보내는 가운데 우리도 모르게 지도는 우리 생활 깊숙이 영향력 있는 매체로 변화하였다.
● 지도의 거짓말
그렇다면 지도는 과연 실제세계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일까? 우리가 믿는 만큼 객관적인 실체일까? 실례로 토지를 개발 할 때, 사업은 지도 위에서 확정되고 지도가 바뀐 다음에 실제 땅이 변하기 시작한다. 즉 지도가 현실을 반영하기보다 현실이 지도를 반영한다. 지도는 교묘한 전략으로 우리의 눈을 속인다. 지도는 1:1이 아닌 이상, 축적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세계를 변형해서 반영하게 된다. 대 축적이 되어갈수록 임의의 선택을 통해 정보를 표현하게 된다. 대부분의 지도에서 장소를 대표하는 것들은 다스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크고 중요한 정보 위주로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임의의 선택과 변형은 선의적이고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지리학자 마크 몬모니어의 주장대로 정치적으로 위협적이고 심미적인 면에서 매력 없는 지리적 실체들을 생략 하거나 토목 공학자, 지질학자, 행정가, 토지개발업자의 관심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우리의 지형 기본도는 실재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삶의 올바른 방향을 걱정하는 다양한 집단에게는 사실상 기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임의 선택과정에서 정작 그 장소의 주인인 거주자들은 소외된다. 오늘날 오픈 소스의 실시간 지리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편리한 환경 속에서도 지리정보의 개방성은 여전히 충족되지 않는다. 우리의 위치정보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익을 얻기 위한 집단에 의해 도용되고 그들의 요청에 따른 위치정보를 선택적으로 소비하게 된다.
● 도시의 무 장소적 지형도
애드워드 랠프는 인간다운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장소에서 사는 것을 의미하며 장소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도시경관의 ‘무장소성’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가 말한 ‘무장소성’이란 뿌리가 뽑힌 피상적인 장소경험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면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소비자지향적인 관광지 경관, 동 번지 등 숫자 구분이 외에는 아무런 장소적 구분을 할 수 없는 몰개성적인 대규모 공동주택, 전통을 표피적으로 복원하여 박제, 박물관 화된 장소 등을 의미한다.
본래 토착문화에서 집이란 세계를 다시 세우는 것과 맞먹는 총체적인 공간경험이다. (Relph, 1976) 도시의 삶에서 거주와 이동이 편리해진 반면 그 만큼 집의 의미는 축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 르 코르뷔제의 “거주를 위한 기계”라는 견해처럼, 집은 자연, 기후, 맥락과 상관없이 교환 가능한 단지 값 비싼 소비재 중에 하나가 되었다. 기술과 효율을 추구하는 근대화 과정에서 사람은 장소로부터 뿌리 뽑히고 집은 교환을 위한 상품이 되었다.
우리는 주민들과 인터뷰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창동지역의 근 현대 역사를 알게 되었다. 창동지역은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에서 전형적인 도시 외곽의 개발 역사를 겪어왔다. 일제 강점기 양주군 노해면에 속해있던 도성 밖 시골지역이었다. 60년대부터 서울과 가까운 입지조건과 풍부한 수자원, 토양자원 등을 바탕으로 양조, 제지, 벽돌, 시멘트, 화학, 섬유 등 준 공업지대로 개발되었다. 서울시의 팽창과 더불어 68년 서울에 편입되었고 주거지역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80년대 후반 개발이익의 호재를 누리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확대 되었다. 원주민과 전, 답의 소유주들은 보상을 받거나, 자신의 주거지를 새로 지은 아파트와 맞교환 하였다. 야산의 주인 없는 공동묘지는 다세대 주택으로, 좁은 오솔길과 도랑 길은 아스팔트로 복개되었다.
이러한 변천의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삶의 지형도는 어떻게 바뀌었고 변화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하고 계신지가 궁금하였다. 창동의 오랜 거주자 분 들은 현재의 안락한 삶에 만족하는 한편 본래 뿌리내린 삶의 장소로서 자신들의 창동지역에 대한 그리움을 보존하고 계셨다. 우리는 거부 할 수 없는 보상의 논리가 비껴간 창동의 한 지역에서 우연히 ‘이인열’어르신을 만나게 되었다. 그 분의 집과 임야의 과수원은 개발업자에게는 개발하기에는 모양이 못 난 곳이었고 시에서 공원으로 매입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해서 아직도 60년 전 손 수 지은 시골집의 형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틈새의 어그러진 공간에서 한국의 근 현대사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살아오신 삶과 장소에 얽힌 그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모든 삶의 질고를 겪고 난 후에, 사소한 희비애락에 동요하지 않는 한 사람을 만났다. 분명 그 집은 그 분을 닮아 있었다.
● 다시 삶이 뿌리내린 ‘지금 여기’의 지도로
인사이트씨잉은 창동의 오랜 거주자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그 분들의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지도를 제작하고자 하였다. 우리가 보통 객관적이라고 믿고 있는 지도들은 제작자의 주관적인 선택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결과물이고 그 정보들은 대부분은 실제 사용자에게 의미 깊은 장소보다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관심과 관련된 것 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지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경험과 기억의 집적으로 그려진 지도에는 축적도 없고, 삼각기준점도 없고, 유용한 정보도 없지만, 다수가 주목하진 않지만 사실은 매우 값진 이야기들이 살아있는, 아래서 위로 복원된 지도이다. 삶의 장소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소외되어가는 삶들을 건져내고 다시 원래 거주자의 시선으로 그려내고자 하는 시도이다.
● 관광 : 빛을 보는 장소경험
본래 관광(觀光)이란 “그 장소의 빛을 보는 것”이다. 짧은 기간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창동지역을 밀도 있게 경험하면서 우리들은 어느새 이 지역에 대한 애착이 형성되었다. 그 애착은 낯선 장소의 경관에 대해 표피적인 감탄을 자아내는 관광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경외이다. 그 분들의 수 십 년의 두터운 삶의 층위들을 당연히 다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이 장소의 빛을 본 것 같다. 자신들의 삶의 장소에 얽힌 기쁨과 자랑, 회한과 슬픔들을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시고 그려주신 모든 주민 분들께 이 프로젝트를 헌정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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