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Art 아트두부 프로젝트, 스턴다스뮤지엄, 핀란드 Tofu Project In Stundars Museum, Finland
Art Tofu Project
In Stundars Museum, Finland
In Stundars Museum, Finland
조선에서 온 여인들이 모두 음식을 조화하는 것이 정하고 아름답고 만드는 것이 빠르고 민첩한데 두부를 만드는 것이 특히 정교하고 묘하니 앞으로 두부 잘 만드는 여인들을 뽑아 보내 달라.
-<세종실록> 세종16년(1434) 명나라 황제에게 온 편지 중-
아시아인, 중앙아시아인, 서양인을 불문하고 이주의 삶에는 음식의 문제가 뒤따른다. 서울에도 무슬림들이 이태원에 모여 사는 이유의 핵심에는 종교와 음식이 있다. 런던의 한인들에게 일주일에 한번 뉴몰든역인근의 대형 한인마트에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생활의식 중 하나이다. 중국인들은 중국마트에서 중국식품을,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방글라데시 슈퍼에서, 무슬림들은 할랄푸드를, 이주민들의 사회에서 음식은 단순한 고향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타지에서 본향의 음식을 구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물리적 불편함이 수반되는데 그 모든 장애물들을 넘어서 이주민들은 본향의 음식을 구한다. 우즈벡키스탄에 스탈린때 강제 이주된 까레이스키들은 모국어를 잃어버린 지금도 현지의 빨간 양배추에 김치를 절여 먹는다. 현지화된 방식으로 변이를 거듭하면서 본향의 음식을 만든다. 이는 음식이 단순히 육체적인 배고픔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배고픔 이상의 것을 채우기 위한 문화적 행위로 이해할수 있다고 본다.
한 장소를 떠난 음식이 다른 장소에서 생산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충돌과 장애들을 겪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현지에 공유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대표적인 동아시아 음식인 두부를 아티스트 레지던스 기간 동안 핀란드에서 제조 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준비과정과 해프닝의 과정을 기록하고자 하였다.
두부의 기원에 대해 여러가지 학설들이 분분하다. 그 중 하나는 기원전 2세기 한나라 황제가 발명했다는 설이 있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의 동이족이 최초의 콩재배를 했다고 보는 가설을 근거로 한국이 두부의 기원지라고 하는 설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몽골에서 치즈 만드는 방법이 중국으로 전해졌다는 설이 있다.
미국의 정치가 사상가 발명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편지에서 서양 문헌 사상 최초로 두부가 언급되었다. 1770년 그는 런던 여행 중 두부를 발견하고 중국에서 온 치즈라는 명칭으로 언급하였다.
서양의 수도사들은 치즈를 만드는 법을 보존하고 전수하였고 수도생활 중 치즈를 통해 단백질을 공급받았다. 동양의 승려들은 육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콩과 두부를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고 제조비법이 대부분 사찰을 통해 전수되었다. 동서양은 유사한 방식으로 고기가 아닌 곳에서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방법을 발명하였고 이는 귀족들만 먹는 특별한 음식에서 점차 내려와 서민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두부 한 모를 검정 비닐에 담아 사오는 심부름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내 어린 시절 지방도시의 동네 슈퍼마켓은 오늘날과 같이 깔끔한 형태가 아니었다. 재래시장과 슈퍼마켓의 중간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두부를 만들어서 물에 담가두었다가 판매하거나, 고춧가루 가는 기계를 두고 직접 갈아주거나, 콩나물을 어두운 가게 한켠 방에서 직접 재배해서 파는 형태 등이다. 별 생각 없이 스쳐갔던 이러한 식품들의 DIY생산방식이 짧지 않은 해외 여행기간 중 생각나게 되었다.
시골에 계신 장인어른께서 명절때 가마솥에 직접 손두부를 해주신 적이 있었다. 그때 그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는 놀라운 맛이었다. 제작과정을 옆에서 도우면서 두부제작과정 속에 지혜로운 생각들이 담겨 있음을 발견하였다.
두부 가는 기계는 가끔 사용하는 것임으로 여러 집이 공동으로 구매해서 공동으로 사용 하였다. 그리고 만드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양을 제작해서 여러 집이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두부의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부산물과 과정들로부터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콩의 찌꺼기는 콩비지 찌개나 콩비지 전으로 먹을 수 있고, 응고 즉시 떠먹으면 순두부, 응고된 것을 거름망에 누르면 일반적인 두부가 된다. 압축의 정도에 따라 두부의 강도가 달라져서 여러 가지 요리로 변주가 가능하다. 끝으로 남은 가마불 열기로 고구마를 구워서 먹는다.
자원의 선순환과 공유, 그리고 커뮤니티의 연결하는 사회적 의미까지 두부는 단순히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함께 음식을 풍족하게 만들고 함께 나눠 먹는 풍습은 오늘날은 거의 사라졌지만 원래 시골에서는 일상적인풍경이었다. 김장하기, 두부 만들기, 떡만들기 등등 모든 음식에는 지역 고유의 재료를 가공하여 그 맛과 특징을 극대화하고 함께 나누고 즐기는 축제와 제의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이러한 공동체적 제의적 속성이 예술의 특징과 연결된다고 생각하였다. 자연으로부터 온 재료들을 가시적으로 혹은 비가시적으로 가공하고 그 과정에서 창조적인 노동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노동의 결과물로 발생된 가치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 예술의 오래된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Art Tofu Frame by Heong |
그래서 나는 두부를 만드는 틀을 제작하면서 두부에 대문자 ART를 새기기로 하였다. 성경의 출애굽기에 보면 이스라엘 민족이 지도자 모세가 부재하는 틈을 타 우상을 제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알게 된 모세는 그 금송아지 형상을 갈아서 물에 타고 백성들에게 마시게 하였다. 갈아서 나누어 마시는 행위는 부정한 행위를 정화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두부가 왕과 귀족의 음식으로 부터 일반인들에게 전해진 것과 같이 대문자로 된 예술의 의미를 공동체와 함께 나누어 먹는 행위를 통해서 예술의 가치를 일반의 공동체로 되돌리는 상징적의 제의로써 이번 해프닝을 기획하였다.
여기 스턴다스 뮤지엄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축제기간에 현지인들과 두부와 콩비지전을 만들고 나누어 먹었다. 두부보다 콩비지 전에 대한 반응이 더 좋았다. 고소하고 씹히는 맛이 괜찮았고 특히 채식주의자들에게 좋은 음식으로 인식되었다. 현지에서 전수되고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까지 지켜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미래의 몫으로 남겨두고.. 나는 12월 핀란드의 어느 추운 날, 남은 도구들과 솥을 설거지 한다.
A Process Draw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