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의 빛(인사이트씨잉)_『문화+서울』 2018 9월호 기고문


   장소의 빛 (관광 : 觀光)





저희팀은 그동안 주로‘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는 프로젝트들을 수행해 왔습니다. 특히 장소를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지도의 개념에 관심이 많이 있었습니다.
도시의 변화와 장소를 둘러싼 개인들의 다양한 기억과 감각의 층위들을 따라 다니는 작업들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변화의 진폭이 매우 큰 지역들을 배경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수동 지역도 그 중 하나입니다. 소위 뜨는 동네라고 하는 성수동 지역에서 오랜 기간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 보았을 때 그분들은 기존의 여러 지자체의 행사와 개입들이 반짝이는 이벤트일 뿐 근본적인 갈등 해소에 큰 힘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본인도 밀려나게 될 거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경기도 어렵고 상황도 좋지 않은데 전시를 빌미로 외부인의 시각에서 성수동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게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억지로 끌어 담기보다는 작가들이 의뢰서를 가지고 그분들을 찾아가 실재로 그분들 노동 (유통 및 제작)에 정당한 보상을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분들 안에 있는 네트워크와 자발성 그리고 창조적 제작 환경으로서 강점들을 가시화 할 수 있는 제안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가죽으로 한 번도 제작해 보지 않은 것을 싸보는 쉽지 않을 의뢰를 가지고 성수동 분들을 만나보기로 하였습니다. 바로 자동차의 외피를 가죽공예로 감싸는 일 입니다.
저희가 이 제안을 가지고 관련 업체 분들을 찾아뵈니 다들 황당해 하시면서도 강한 호기심을 보이셨습니다. 쉽게 말씀하시는 분, 솔직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하시라는 분, 이 사람을 찾아가 보라, 저 사람을 찾아가보라 등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쓸데없는 짓을 왜하냐는 반응에서부터 해 놓고 나면 멋지겠다 까지... 이러한 반응과 대화의 과정 속에서 성수동 지역에서 호기심이 많고 호혜적이며 상당한 기술을 갖춘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희의 프로젝트는 한 여름 계속되는 걷기와 만남의 과정 속에서 예기치 않은 즐거운 보상이 뒤따라오게 됩니다. 관광(觀光)은 그 장소의 빛을 보는 것입니다. 성수동 지역 분들의 자생성과 창조성, 어려운 시대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낙관적 태도 등 이렇게 그 장소의 관계들 속에서 흥미로운 빛들을 발견해 가고 있는 중 입니다.



프로젝트팀 인사이트씨잉(Insightseeing)은 장소성을 기반으로 여러 프로젝트들을 실행 해 온 작가 그룹이다. 오랫동안 거주한 지역주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개개인의 역사에 귀 기울이고 주관적인 기억과 감각을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123 프로젝트-선감도(先感圖) (경기창작센터, 경기, 2012), 창동여지도(국립현대 미술관 창동창작스튜디오, 서울, 2013), 잇!태원:감각의 지도 프로젝트(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2014), 사물학II-제작자들의 도시(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5)등에 참여하였고 막계페스티벌(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5)의 시민참여 프로그램 기획과 기타 강연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였다. 2013 창동레지던시에서 지역연계 프로젝트 입주작가로 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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