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막계삼각뿔_과천현대미술관 막계페스티벌

2015 국립과천현대미술관 막계페스티벌 주민참여 프로그램



#막계삼각뿔


기획 : 인사이트씨잉 (조성배,이정훈, 최형욱)
주관 : 인사이트씨잉
후원 : 국립현대미술관
장소 :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조각공원 및 미술관 내외
일시 : 2015년 9월 12일(Sat)_13일(Sun)
Special thanks to : 정해련, 손주영 학예사, 오종환, 김소영, 이다영




이번 막계페스티벌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관립미술관의 장벽을 낮추고 지역주민 친화적인 축제로서 기획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사이트씨잉은 이번 축제기간동안 주민들의 흔적을 미술관에 진입시키는 '#막계삼각뿔’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민들은 공간의 틈새들을 발견하고 본인들이 만든 모듈을 공간에 침투시킴으로서 전시공간에 대한 전통적 수직적 의미를 주민들의 손으로 환원시키는 프로젝트이다. 


막계삼각뿔 텐트 시뮬레이션

먼저 이번 페스티벌에 주민들과 함께 하는 기획을 의뢰받았을 때 우리는 단순한 만들기, 그리기 체험행사가 아니라 장소의 의미를 지역 주민들의 손으로 재구성 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였다. 축제는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손으로 스스로 제작되고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한된 시간과 예산과 재료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주민들이 스스로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폐기되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우리는 '틈새'와 '끼우기'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되었다. 틈새는 건축의 기획에서 예기치 않은 하자의 공간이거나 은폐하거나 보수해야 할 대상이다. 끼우기나 바르기는 유아적인 놀이 충동이자 아이들이 성역에 침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기하학적인 직방체와 원기둥 원뿔로 구성되어 있는 국립미술관의 공간에 어떻게 하면 축제기간동안 놀이적으로 주민들이 침투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기하학의 공간의 모서리에 자연스럽게 침투하거나 여러 틈새에 자연스럽게 끼울 수 있는 한 쪽면이 직각인 삼각뿔을 생각하게 되었다.


주민들은 축제기간 동안 작가와 도우미가 제공하는 삼각뿔 모듈에 어려가지 채색 재료로 드로잉하고 자신의 채색으로 자신의 흔적을 모듈에 새긴다. 그리고 미술관과 합의하에 축제기간동안 미술관의 실내외 공간에 그 삼각뿔 작품을 배치시키고 사진을 찍는다. 찍은 사진은 #막계삼각뿔 페이스북 페이지에 업로드 하여 온라인과 현장 모니터를 통해 공유된다. 인사이트씨잉은 이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거점이자 상징물로써 삼각뿔 모양의 텐트를 제작하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실제 설치되고 나서는 이 텐트의 용도마저도 주민들에 의해 다른 의미로 전유되었다. 원래는 행사의 거점이나 모니터로 상황을 보여주는 쇼룸의 역할이었지만 강렬한 태양 때문에 구식 LCD모니터는 거의 용도를 하지 못하였고 텐트 뒤로 로 강렬한 가을 햇볕을 가리고 그늘을 제공하는 그늘 막의 역할을 하였다. 해가 기울수록 그늘은 넓게 만들어졌고 시민들은 텐트 뒤로 방사형으로 않아 쉬거나 삼각뿔 그리기를 하였다.

여유롭게 잔디밭과 행사 부스에 삼삼오오 몰려 앉아 강제성 없는 그리기와 망중한을 즐기는 가족들의 풍경이 무척 인상적 이였다. 과천지역 특성상 아이가 어린 젊은 가족들, 커플들 이 주로 축제의 주 참여자들이었는데 축제를 즐기는 흐름이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기존의 지역 축제들의 경쟁적인 상행위와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달리 여유롭고 풍요로운 느낌이었다.



이번 기획의 하이라이트는 주민들이 침투시킨 예상치 않은 틈새 공간들과 엉뚱한 용도로 사용된 삼각뿔에 대한 주민들의 기획을 발견하는 지점이었다. SNS를 통해 공유되거나 축제기간 곳곳에서 발견된 삼각뿔들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성역과의 경계를 오갔다. 아주 비싼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들의 틈새는 물론 위험한 나무타기를 통한 설치까지 삼각뿔의 이동은 제한이 없었다.





특히 우리의 뒤통수를 친 것은 축제기간 참여하신 지역 협동조합의 아주머니이셨다. 아주머니는 그리기와 제작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스에 조용히 오셔서 이 종이 2개만 가져가도 되느냐고 물으셨다. 수량이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러시라고 했다. 나중에 조용히 따라가 보니 유기농 잦을 판매하시는 지역 협동조합의 부스에서 오셨는데 가격표로 사용하고자 하신 것이었다.그리고 그 후 그 옆부스에서도 그 옆부스에서도 우리 삼각뿔을 가지러 오셨다. 이렇듯 우리의 의도가 닿지 않는 곳에서 프로젝트는 주민들에 의해 점점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건축이나 공간은 중립적이지 않다. 조물주는 의인에게나 악인에게나 공평하게 햇빛과 비를 주신다고 하셨지만 적어도 도시공간 안에서는 그 말은 유효하지 않다. 경쟁이 치열한 도시에서 한 장소를 점유한다는 것은 권력에 따른 위계담론를 내포하고 있다. 산의 남쪽 경사면과 북쪽 경사면은 값이 다르고 소유 주체도 다르다. 심지어 가장 열악한 북서면 비탈의 한 평조차 얻기 힘든 것이 대부분의 현실이다. 


축제는 적어도 일시적인 시간과 공간 동안 이러한 위계 담론이 가져다주는 긴장감을 해소시켜주는 기획이 된다고 본다. 예술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 공립미술관의 공간을 주민들의 손으로 재미있게 침투한다고 모든 갈등이 해소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시적인 해소가 과연 주민들에게 이로운 것인가는 질문해 볼만한 문제이다. 그러나 공간을 전유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처럼, 어느 아주머니의 기발한 장사 수완처럼, 우리의 삶에 대한 유머와 위트의 감각을 잃지 않을 때 팍팍한 공간을 둘러싼 경쟁에 대해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틈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1511 최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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